UAM+휴게소+UX = 미래 휴게소
UX・휴게소・미래
미래 휴게소의 또 다른 모습, 버티포트
읽는데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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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18일
곧 다가올 미래 휴게소, 새로 등장하는 키는...
휴게소의 형태와 이용목적에 큰 영향을 미칠 또 다른 키워드는 우리 일상의 광고와 뉴스에서 자주 만날 수 있고, 관심만 있다면 최신의 중장기 국책 자료들과 연구들에서 그 진척까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세계의 주요 도시들이 직면한 교통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앞다투어 연구와 개발에 온 힘을 쏟으며, 각종 미래산업/시장분석의 단골 아이템으로 등장하는 도심항공교통(UAM)이 바로 그 키워드입니다. 2040년까지 우리나라는 약 13조 원, 국제적으로 1.5조 달러(한화 약 2,000조)의 규모로 세상을 흔들 변화입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UAM과 휴게소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 하나씩 살펴봅시다.
UAM의 현재
언론에 나오는 내용을 보면 UAM을 ‘나르는 차' 또는 ‘나르는 택시'로 오해할 수 있어 보입니다. UAM은 Urban Air Mobility의 약자로 우리말로 도심항공교통이라 합니다. 말 그대로 한 도시 안에서 육로나 수상로가 아닌 항공로를 이용하는 교통입니다.
2000년대 중반에 개발된 수직이착륙 비행체(VTOL, Vertical Takeoff and Landing)에 우버가 발표한 ‘에어 택시’(Air Taxi, 주4)의 컨셉이 더해지며 UAM이라는 새로운 개념은 더욱 유용하고 강력한 설득력을 얻었고, 이젠 세계의 국가와 도시들이 앞다투어 교통 난제를 해결할 도시정책으로 힘 쏟고 있어, 제1의 UAM 도시가 어디가 될지 세계가 함께 경쟁하며 궁금해하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25년 UAM 상용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14년(주5)의 초기계획을 진행 중입니다. 처음에는 현대자동차-KT-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화-SKT-한국공항공사 두 K-UAM 팀이 주축이 되어 진행되었다가, 올해 8월부터 구성을 새로 정비하여 GC-1(그랜드 챌린지 1차) 실증사업 단계로 진입했고, 8월 고흥에서 실증 테스트를 시작으로 상용 실증 단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UAM 서비스 상용화와 관련해 유심히 살펴봐야 할 주요 기체 특성 중 하나는 배터리입니다. 고밀도 에너지 저장기술과 BMS(Battery Management System)를 포함하는 배터리의 성능과 안전성이 UAM 서비스 개시일과 형태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증 시험 후 더 명확해지겠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Joby Aviation의 S4의 성능(주6)을 살펴보면, 1회 충전으로 운항속도 약 321kmh(200mph)로 약 240km(150mile) 이동할 수 있는 전기 배터리를 채택한 eVTOL입니다. Joby 사의 배터리 공급사 선택에 따른 성능 변동은 무시하더라도, 이륙 착륙 시에는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계절과 기상 상태에 따른 배터리 추가 소모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변수이고, 법정 추가 연료 탑재 조항까지 고려하면 현재의 S4 최대 운항거리는 대폭 짧아지게 됩니다.(주7)
이런 기체 성능과 안전규제 및 실증 노선의 버티포트 위치(Vertiport, 수직이착륙 비행장, 주8)를 보면 초기 UAM 서비스 구간은 상당히 짧은 거리입니다. 초기계획은 헬기 회랑형의 고정 구간 서비스이고, 서울 도심에서 UAM 기체 이착륙 공간인 버티포트의 공간 확보가 쉽지 않으므로, 기존의 헬리패드(Helipad 헬기 착륙장)를 최대한 활용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UAM의 성장기는 더 빨리 다가온다
어느 날 갑자기 ChatGPT가 세상을 놀라게 했듯 UAM 서비스의 성장기는 더 빨리 찾아올 듯합니다. 국내외의 관련 업체들의 발 빠른 행보들과 업체와 지자체 간의 MOU 뉴스도 연이어 보도되고, 예상을 뛰어넘는 기체 성능 개선 기사도 시시각각 쏟아지고 있습니다. Joby 사의 ESGR(주9)과 연이어 발표한 기사(‘23. 7. 13~21)들을 보면, 승객이 탑승하고 내리는 시간보다 짧은 시간에 충전되는 기술이 머지않았고 10만 회 이상 비행할 수 있는 내구성이 현재 확보된 것으로 판단되어, UAM 서비스의 전성기가 더 빨리 찾아올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습니다.
UAM 기술과 서비스 이력이 축적되어 안전이 데이터로 증명이 되고 UAM으로 이동할 수 있는 망이 더 길고 다양해지면, 결과적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UAM의 가치 효용성이 급성장하며 UAM 서비스망은 더욱 견고하고 촘촘히 발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UAM 서비스가 더 견고하고 촘촘해지면, 지상-항공 교통망을 연결하는 교통거점인 버티포트는 어디에 위치하게 될까요? 현대건설과 Skyports사가 공개한 버티포트 콘셉트디자인을 보면 버티포트의 위치에 따라 UAM을 어떻게 이용할지 더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모양의 버티포트, 미래 휴게소
버티포트 입지에 관한 국내외의 많은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도심지역의 환승 접근성과 안전은 타협 불가능한 우선 요건이고, 전환 비용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입니다.
이 3가지를 고려해 보면 도심지역에서는 높은 수요가 예측되는 지역의 1) 관공서와 헬기 착륙장을 보유한 랜드마크 건물들이 가장 먼저 버티포트로 개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유동 인구로 수익을 노리는 2) 기존 건물들이 버트포트로 리모델링하거나 재건축될 것이며, 전략 교통 거점에 신축될 건물은 3) 버티포트와 다양한 역할(몰, 서비스, 사무실 등)을 하는 복합건물로 진화할 가능성도 농후합니다.
또한 서울의 교통은 지리적 기능적으로 주변 위성도시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서울 UAM은 수도권역으로 서비스 범위의 빠른 확장이 예상됩니다. 이렇게 되면 4) 수도권 고속도로의 주요 거점 휴게소 또는 위성도시의 랜드마크 건물들이 버티포트의 역할이 가능해지지만, 어느 쪽이든 먼저 선점한 거점을 축으로 주요 교통망이 발달할 것입니다.
[영상] : UAM의 성장기에 가능한 시나리오
고속도로 휴게소 시설과 휴게 서비스 그리고 교통서비스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통합한 UX 설계입니다.
업무 미팅에 참석하기 위해 직접 운전하여 출장길에 오른 주인공 엑스는 악명높은 수도권 고속도로 정체를 만납니다. 정체 구간이 길어지며 약속된 시간에 도착하기 어려울 듯하여, 에어택시를 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휴게소로 진입, 에어택시를 타고 목적지와 가장 가까운 버티포트에 내립니다. 도착 버티포트인 복합 환승 센터로 일찍 도착할 수 있어 간단하게 F&B코너를 이용할 충분한 시간이 있지만, 성실한 엑스님은 예약한 택시를 타고 목적지인 미팅 장소에 약속 시간 전에 도착해 미팅을 준비합니다. (주16)
이번에는 지리적으로 좀 더 넓혀볼까요? 국토부는 교통량의 증가와 ‘차별 없는 이동권’ 등의 난제(주10)를 풀 수 있는 비책이 시급한데, 친환경 eVTOL을 이용한 RAM(Regional Air Mobility, 지역항공교통)을 구축하면 손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한 지방 교통거점 지역을 선발하고 친환경인 eVTOL 기체를 이용한 RAM의 거점으로 개발하면, 기존의 시설보다 적은 비용으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고, 비교적 낮은 수요로도 운영/유지될 수 있어,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국가 교통 서비스의 질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존 교통수단보다 탄소 배출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어, 지속 가능한 교통망 확보와 유지/관리에 유리한 점 등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현재 국토부의 스마트도시 조성계획에 RAM을 흡수 발전시키면, 버티포트 역할이 가능한 5) 고속도로의 휴게소들과 랜드마크 건물들은 국가의 주선-간선 간, 육상-항공 교통망을 연결하는 교통허브로 역할이 확장됩니다. 그 결과 고속도로 휴게소는 유동 인구가 급증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매출을 기대하는 많은 기능과 서비스들이 버티포트가 있는 휴게소로 흡수될 것입니다.
심리스 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버티포트 휴게소
휴게소가 UAM/RAM의 교통거점이 되면, 의료시설이 부족한 지역의 응급환자를 휴게소 버티포트를 이용해 빠르게 병원으로 수송할 수 있고, 지역의 공공복지 사각 지역을 축소하는 등 공공에 이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버티포트 휴게소에 MaaS(주11)의 개념을 더해 지역 교통망과 연결하면 지역 복합환승센터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휴게소에서 자전거를 렌트해서 1시간 정도로 짧게 스탑오버로 지역 나들이가 가능하겠지요. 그 반대로 지역의 택시로 휴게소로 진입해 고속버스나 에어택시로 환승할 수 있습니다. 또 교통체증을 피해 에어택시로 방문한 고객은 차를 렌트해서 그 지역으로 여행을 즐기거나 일을 볼 수도 있습니다. 또 PAV(Personal Air Vehicle, 나르는 개인 자동차)로 휴게소에 도착한 고객도 편하게 휴게소를 이용하고 다른 교통으로 환승하거나 휴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러한 미래 휴게소에서 심리스 하게 통합된 서비스를 기대합니다. 뭔가 뚝딱거리며 연결되지 않는 서비스는 고객을 잃고 자릴 잃게 됩니다. 심리스 하게 융합된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것은 이용 고객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고 공감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요? 사용자의 서비스 이용 맥락에 대한 통찰과 이해를 바탕으로, 예상되는 문제를 발견하고 사용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서비스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합니다. 고객 유행별 핵심 여정을 중심으로 검증된 서비스 모델은 구축 과정의 시행착오와 비용을 급격히 줄여주고 심리스 하게 융합된 기대 이상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하이테크와 최신에 민감한 ‘빨리빨리'의 한국인 종특(주14)을 감안하면 버티포트 휴게소가 자리 잡기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내기라면 저는 ‘우리나라가 세계적 기록을 경신한다’ 쪽으로 걸겠습니다. 버티포트를 품고 고객들이 기대하는 서비스를 심리스 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UX 설계한 휴게소, 미래가 아닌 지금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Thanks to.]
제 머릿속에만 들어있던 UAM을 직접 타고 휴게소에서 서울 상공을 나르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주신 마술손! 이수진 님이 없으셨으면 이 글은 불가능했습니다. 또 영상과 시나리오의 디테일을 함께 고민해 준 UXer 배인규 님, 송지오 님, 한수인 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지금 글도 여전히 그렇지만) 딱딱한 기술용어와 숫자 범벅이던 초고가 김은서님, 김강석님, 이은경님, 김혜원님의 명쾌한 코멘트 덕분에 조금이나마 글다워진 듯합니다.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주석
1. Fortune Business Insights
2. Morgan Stanley Research, 2021
3. 드론택시 시장운임분석, 항공안전기술원, 2020
4. Uber Elevate White Paper, 2016
5.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로드맵, 2021. 6
6. 1세대, 상용 프로토타입 기체, SKT의 상용 기체로 튜닝
7. 활주로를 이용하는 기존 비행기는 안전을 위해 목적지까지 도착에 필요한 연료 외에 30분을 더 비행할 수 있는 추가 연료를 탑재해야 하는 항공안전법 조항(안전을 위한 체공시간 확보 조항. 출처.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제119조)이 있습니다. 기존 비행기는 연료가 없어도 글라이딩으로 추가의 체공시간을 벌 수 있지만, VTOL 기체는 글라이딩이 불가능하므로 필수로 요구되는 여분의 배터리 성능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혼잡지역을 벗어난 외곽의 공항이 아니라 혼잡한 도심의 상공을 비행하기에 더 엄격한 안전 규제가 수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8. ‘UAM 팀코리아, 정책, 기 운항 등 5개 실무 분과 체제 구축’, 국토부 보도자료(‘23.5.12)
9. Environemental, Social and Governance Report, Joby Aviation, 2023. 7
10. 계속 증가되는 지역 간 중장거리 교통량(30년까지 11.2% 증가 예상)등 통행량 증가를 해결해야 하는 동시에 ‘차별 없는 이동권’과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교통’을 실현할 수 있는 국가교통정책이 시급합니다. 출처. 제2차 국가도로망종합계획, 국토교통부, 2021. 9
11. 참고
12. 사진
13. 사진 (표지사진 출처와 동일)
14. ‘종족 특성’을 줄인 웹말
15. 국토부 보도자료 ‘23.5.12
16. 영상제작 이수진, 배인규, 송지오, 한수인